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고민이 많았다. 모둠 안 돼, 미술실 안 돼 등 재밌는 요소는 싹 빼야 했기 때문이다. 전에 제출한 평가계획을 쉽게 수정해버리면 그만인데 한 번 하겠다고 계획한 건 무르기가 너무 싫더라. 마침 3학년이 매주 등교하는 데다 2시간씩 시수가 있어서 얘네만큼은 원하는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신은 없었고 해 보니까 애들이 따라오길래 했다.
뼈대 제작은 전적으로 실미도TV 자료를 믿고 따라갔다. (링크를 삽입하니 오류가 계속 떠서..ㅠㅠ 유튜브에 꼭 검색해보세요)
친절하고 명료한 학습지와 영상이다. 이런 마음 넓은 미술 선생님이 계셔서 세상이 아름답다.
실미도 선생님, 감사합니다.
예시 작품은 교사가 두어 개 정도 만들어보는 게 자잘한 팁 전수 측면에서 좋다. 처음 만들어 본 예시 작품은 아무 생각 없이 수채화 물감을 사용했는데 끈적끈적하게 묻어나서 학생들에게는 아크릴 물감을 활용하도록 했다.
주로 활용한 재료는 받침용 합판, 공예용 철사, 클레이, 아크릴 물감, 색한지다.
유토로도 만들어봤는데 미끌거리고 냄새도 별로고, 애들이 다루기에 어려운 느낌이라 클레이로 바꿨다.
색 클레이로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단순한 색 종류가 싫고, 섞는답시고 재료 낭비하는 게 싫어서 전부 흰 클레이로 준비했다. 색이야 칠하면 되니까.
옷은 한지를 찢어 붙여 질감 차이에서 오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느꼈니 얘들아..?
제작 순서 및 설명은 프레지로 제시했다. 프레지는 전체 맵을 계속 확인할 수 있어서 이해 측면에서 발표자에게 도움이 된다.
주제는 동세 표현이었다. 조형 요소와 원리를 가르치고 인터넷에서 원하는 사진을 탐색하여 아이디어 스케치하라고 하였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 맘대로 했다.
어쨌든 역동적이기만 하면 돼서 그럴싸한 모양들이 나오긴 했다.
문제는 아이들이 인체 구조와 비례를 모르는 건데, 이건 계속 칠판에 그려가며 강조해야 했다.
가장 많은 실수 1. 대두 2. 목이 길거나 아예 없음 3. 골반이 넓어 허벅지 사이가 멀어짐 4. 어깨 없음 5. 다리가 너무 짧거나 김
강조했던 것 1. 팔뚝, 종아리의 굴곡 변화 2. 상체의 입체감(내장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3. 자세의 역동성
뼈대 연습 두 번씩 시킨 다음 본격적으로 형태에 들어갔다.
인체의 각 부위를 덩어리로 인지시키는 게 중요했는데, 어떤 학생들은 뼈대 위에 아주 얇은 클레이를 얹거나 울퉁불퉁하게 대충 붙여버리기 때문이다.
머리, 가슴, 골반, 팔꿈치 등 중요 연결부위를 먼저 붙이도록 하면 어느 한쪽이 너무 굵거나 가늘어지지 않는다.
형태를 어느 정도 다 만든 뒤 얼마나 매끄럽게 다듬을지는 학생의 성향에 맡겼다. 딱히 평가 기준에 넣지는 않았다.
피부색은 평범한 살구색을 써도 되고, 주제에 맞게 빨강, 노랑 등 자유롭게 심상색을 써도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개중에는 바디페인팅처럼 검은 몸 바탕에 상처 입은 마음을 붉은색으로 표현하는 친구도 있었다. 남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는 학생에게선 예술가의 기질이 보인다.
소품이나 바닥 색은 본인의 필요에 따라 활용하도록 했고, 역시 평가 기준에 넣지는 않았다.
아래는 학생 작품인데 나보다 잘한 친구들도 있다.
3학년 전교생의 작품은 창틀에 두꺼운 양면테이프로 고정해 전시했다. 합판 사이즈랑 딱..
설치하는 모습을 보고 학생 몇은 잘 된 애들 것만 전시하는 거냐고 물었는데,
너희 모두의 것을 전시한다고 답해줄 수 있어서 기뻤다.
역시 표현 수업의 완성은 전시다. 학생들도 좋아하지만 선생님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학생이 개성 있는 인물의 동세 표현을 효과적으로 잘했고, 열의를 가지고 즐겁게 참여한 게 보여서 교사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작년에 애들 입체 활동을 거의 못 시켜준 게 마음에 걸려서 맘먹고 시도한 입체 조형 수업인데, 학생 대부분은 평면보다 입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반응이 훨씬 좋다. 얘네 이제 2학기엔 평면 수업밖에 없는데... 어떻게 동기 유발해야 할지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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