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방탈출형 코스페이시스를 활용한 미술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칸딘스키는 자연과 현실의 대상을 모방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추상 회화를 창안한 사람이다.
칸딘스키가 추상화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이유를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게 ‘게임 형식’이었다.
어릴 때도 지금도 스토리형 게임을 좋아하는데, 특히 주어진 공간에서 단서를 찾아 미션을 해결하고, 나의 선택지에 따라 반응이나 결과가 달라지는 ‘방탈출’ 게임을 좋아한다.
요즘 아이들이 글을 잘 안 읽지만, 미션이 주어지면 그것을 풀기 위한 힌트를 조금이라도 읽으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술 교육과정 재구성은 다음과 같이 했다.
‘체험’ 중 타교과와의 융합을 다루는 ‘9미01-03’은 사례를 찾는 것이 성취기준인데, 이번 수업에서는 학생이 사례를 스스로 찾기보다는 교사가 코딩한 프로그램 안에서 사례를 체험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리고 체험만 하고 끝나기보다는 직접 칸딘스키처럼 음악을 듣고 조형요소로 음악의 분위기, 감정을 시각화하는 표현 활동으로 이어져야 배움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9미01-03’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를 위와 같이 재구성했다.
‘감상’의 성취기준에서도 ‘미술용어와 지식’은 ‘칸딘스키의 생애와 추상회화의 개념’이고, ‘작품의 내용과 의미’는 추상회화에서 보이는 것과 그 의미다. 이 성취기준은 방탈출과 AI 프로그램 체험이 모두 끝나면 이어지는 구글 설문지에서 답을 쓰며 확인할 수 있다.
수업은 ‘1학년 자유학기반’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다른 학년에서도 같은 수업을 진행해본 적이 있는데, 학년이 낮을수록 친구와 상호작용을 잘하고 몰입도가 높았다.
학년이 높을수록 반응은 없고 너무 진지해서 괜히 아쉬웠는데, 1학년 애들은 좀 시끌시끌 웃으면서 반응 나누는 게 재밌었다.
또 1학년 자유학기는 수치화된 평가를 하지 않고 학생의 활동을 관찰하는 ‘체험형’ 미술수업을 진행하기에 적합하다.
의외로 1학년이 태블릿PC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딴짓도 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는데,
머리 조금 큰 3학년들은 몰래 딴짓도 많이 하는데 1학년은 조금 더 순진해서인지, 하지 말라면 안 하더라.
대신 태블릿PC 유의사항, 코스페이시스 활용 시 유의사항, 태블릿PC 지시에 따라 덮는 연습 등 사전에 주의를 많이 줬다.
약을 칠수록 돌발행동을 안 한다.
태블릿PC처럼 흥미로운 매체를 사용할수록, 아이들의 돌발행동을 계산하고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차시는 2차시로 단순하게 끝나는 수업이다.
자유학기 시간에는 최대한 미술을 즐기며 미술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계획한 성취기준 이상으로 심화된 영역을 파고들지는 않으려 했다.
지식 위주의 미술사로 깊게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칸딘스키의 창조적인 생각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이 수업을 통해 키울 수 있는 교과역량은 미적 감수성, 창의융합능력, 미술문화 이해능력이다.
미적 감수성은 음악을 듣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조형요소를 스스로 느끼고 창조하는 과정에서,
창의융합능력은 미술과 음악의 연관성을 이해하고 이를 응용한 다양한 AI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마지막으로 미술문화 이해능력은 칸딘스키의 생애를 바탕으로 추상회화를 감상할 때 어떤 것에 초점을 둘지 이해하는 과정에서 키울 수 있다.
평가는 다음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첫째, 방탈출을 통해 자연스러운 형성평가 퀴즈다. 방 안의 단서를 찾으며 칸딘스키의 미술세계에 어떤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는지 스스로 깨우치고 퀴즈를 풀어야만 다음 방으로 넘어갈 수 있다.
둘째, 모든 방탈출이 끝나면 이어지는 구글 설문지를 통해 칸딘스키의 작품과 그에 대한 나의 생각, 느낌을 설명한다.
셋째, 패들렛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듣고 그린 그림을 스스로 설명하면서 추상회화의 개념을 체화한다.
내가 사용한 조형요소가 무엇인지, 그것을 활용한 이유는 무엇인지 성찰하고 다른 친구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추상회화가 무엇인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수업 전개는 다음과 같다.
먼저 1차시의 도입에서는 구상화를 제시하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그린 그림이냐고 질문하였고 즉각적인 아이들의 대답과 상호작용하며 명화를 살펴보았다.
이어지는 추상회화에도 같은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이 머뭇거리며 대답을 망설인다.
익숙하던 구상화와는 달리 명확한 대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구상과 추상을 비교하며 이런 새로운 회화를 시작한 사람이 칸딘스키임을 언급하고,
추상화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하지만 사실 칸딘스키는 처음부터 화가가 아니었다며 왜 그런지 호기심을 유발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방탈출 미션을 제시했다. 활동을 안내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한다.
가상공간을 손쉽게 코딩할 수 있는 ‘코스페이시스’ 어플을 사전에 모두 설치해놓았다.
그리고 유의사항을 재차 강조했다.
제한시간 15분 동안 아이들은 방탈출을 체험하게 된다.
다시 수업으로 돌아와서, 모든 활동이 끝나면 방탈출 내용을 교사가 함께 짚어주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특히 주안점을 둔 것은 칸딘스키가 어디에 영향을 받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모네의 건초더미, 자신의 뒤집어진 그림, 쇤베르크의 불협화음에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이 방탈출을 열심히 했는지 핵심 질문에 쉽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 2차시 활동은 칸딘스키처럼 음악 듣고 그림 그리기인데 바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관련 애니메이션을 두 개 보여주면 아이들이 감을 더 잘 잡을 것 같았다. 이후 네 가지 종류의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유튜브에서 가사 없는 즐거운 음악, 슬픈 음악 등을 그때그때 검색해서 들려주는 편이다. 그림을 그릴 때 활용한 어플은 가장 기본적인 그림 어플리케이션인 ‘스케치북’으로, 직관적인 화면 구성 덕분에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어플인데도 큰 어려움 없이 바로 적응하며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패들렛에 자신의 디지털 추상 회화를 공유하는 활동이다.
내가 어떤 조형요소, 어떤 색의 점, 선, 면을 사용했는지 쓰고 그 이유를 음악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자신의 작품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추상회화의 개념을 체화하는 효과가 있다.
코스페이시스 활용 미술수업, 성공적!
*해당 코스페이스 활용을 원하시는 선생님께서는 비밀덧글 혹은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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