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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후기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과 장단점, 후기

by 은재미 2019. 5. 25.

*13학번, 17년도 2월에 졸업했다. 졸업한 지 2년 넘어서 16년까지의 분위기밖에 모른다.

*15년도에 쓴 글을 편집한 글이기 때문에 재학생, 졸업생 시점이 섞여 있다.

 

 교원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사회(국사) 선생님 덕분이었다. 내가 무척 따르고 좋아했던 재치 있는 입담의 젊은 여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느 대학을 나왔냐고 여쭈어 보았을 때 한국교원대학교라고 대답하셨다. 그때는 막연히 선생님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분이 칠판에 ‘교원대학교’라고 판서하던 장면이 왜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는지. 대학이고 뭐고 그냥 선생님께 칭찬받는 게 즐거웠던 중학교 1학년은 좋아하는 사람의 행적(?)을 따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좋아하고 멋있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그 선생님의 수업이 재밌었으니까 교원대에도 좋은 이미지가 생겼던 거 같다.

 

 그럼 왜 '교원대' 미술교육과를 선택했을까? 전국에 미술교육과는 매우 적은 수로 존재하며, 나는 이왕이면 가장 좋은 학교의 미술교육과로 가고 싶었다. 만약 서울대학교에 미술교육과가 있었더라면 그 곳을 목표로 공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속상하긴 했지만 미술교육과가 있는 학교 중에서는 교원대가 가장 입시 성적이나 아웃풋이 좋았다. 우선 교원대는 설립 목적 자체가 좋은 선생님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며 학우들이 대부분 교사를 목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면학 분위기가 잘 잡혀 있다. 등록금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 또한 마음을 잡아끌었다.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과는 기성회비가 195만원이지만 학비가 면제여서 다른 대학에 비해 훨씬 부담이 적다. 나중에 받은 홍대와 국민대의 등록금 고지서에 비하면 엄청나게! (400만 원대로 기억한다.) 또한 1,2학년 동안에는 의무 기숙사라고 해서 식비와 기숙사비가 아예 들지 않는다. 그건 정말 엄청난 혜택이었기 때문에 이 학교에 무조건 들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불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하는 축에 속했고, 대학도 이왕이면 성적에 맞게 이름이 있는 곳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교원대는 내가 원하는 만큼 유명하진 않았고 교원대에 대한 정보도 썩 많지 않았다. 낮아지는 미술 임용률도 꿈을 향한 발걸음을 멈칫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인지도 따위로 꿈을 포기하기엔 아무리 생각해도 미술 선생님이 정말 되고 싶었고, 임용을 치르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유명하고 비싼 대학에 가서 바쁜 와중에 교직이수를 받거나 졸업 후 교육대학원을 가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교사로 키워주는 대학에 가서 졸업과 동시에 합격하는 게 시간상으로나 경제상으로나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학생으로서 나는 내 선택에 한 치의 후회도 없다. 그냥 미술수업 시간이 너무 좋았고, 그걸 평생 하고 싶었을 뿐이다. 비전으로 품은 것이 미술보다는 미술교육이었기 때문에, 또 홍익대와 국민대에 붙는다고 하더라도 또 교원대 미술교육과를 선택할 것 같다. 처음 교원대로의 진학을 꿈꾼 때부터 학교 자체보다는 가장 빠르고 저렴한, 가성비 좋은 루트로 미술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대학에 들어왔다고 그 마음가짐에 크게 변화는 없다. 수능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한 관문이었을 뿐, 나의 결승선은 언제나 임용 고시다.

 

매일 드나들었던 기숙사로의 지름길

 다음은 선택하고 나서 알게 된 교원대 미술교육과의 장점이다. 교수님들이 임고에 관심이 많으셔서 무엇보다 임고생을 배려해주셨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3학년 겨울방학에 졸업 작품을 마무리하고 4학년 1학기에 졸업작품전을 진행하여 4학년들이 1년 동안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지금은 또 아니라고 들었다.) 또한 선배들이 대부분 임고를 준비하거나 합격한 분들이다 보니 그로부터 얻는 정보가 많았다. 조언을 구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모습에 늘 감사할 따름이다. 교수님들은 학기마다 임고를 대비해 알아야 할 미술 이론을 정리해 따로 강의를 해주시기도 하고, 1년에 한 번씩은 당해에 합격한 선배가 와서 임고 특강을 해주기도 한다. 또한 학과 내 커리큘럼은 임고를 보기 위해 필요한 소양 과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공 실기 수업들이 결국 임고 범위 안에 있는 것들이라, 공부할 때 실제 작업 시 어떤 용구와 기법을 쓰는 건지 구체적으로 떠올리면서 익힐 수 있었다. 다양한 표현 파트를 실습해볼 기회도 있다. 판화도 기계를 사용해 작업해 볼 수 있고 공예 수업을 할 때 가마 소성을 하는 데도 돈이 안 들며, 레이저 커트 기도 허락만 받으면 사용할 수 있다. 교수님께서 늘 임고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시기 때문에 실기 수업의 경우에는 실기와 교과서 분석 등의 활동을 병행하기도 한다. 이론 수업은 전반적으로 만족하는데 특히 미술사를 정말 잘 가르쳐주신다. 개인적으로는 교수님께서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공부하는 데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학점에 조금만 신경 쓰면 매 학기마다 70만원 정도의 성적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학번만 잘 만나면 다 같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에서 열공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한 학번의 합격률은 얼마나 잘 뭉치면서 공부했는지가 좌우하는 것 같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동기가 있다면, 꼭 동기가 아니라도 한 명의 룸메, 다른 과 친구가 있다면 합격 가능성이 훨씬 오를 것이다.

 

 졸업하고 나서 느꼈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른 학교에서는 한 번만 나가는 것과 달리, 교원대는 교생실습을 두 번 나간다. 3학년 2학기, 4학년 1학기 한 번 씩이다. 재학 중일 때는 공부하는 것도 바쁜데 왜 4학년에 실습을 또 가야 되는지 불만을 가졌지만, 이건 신규교사의 학교 적응에 대체할 수 없는 장점이 되어 빛난다. 나 같은 경우 중학교와 고등학교 둘 다 실습을 나가봤고, 학교마다 다른 분위기를 미리 접했던 터라 어느 곳이 내게 더 적합한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서로 다른 반응을 보면서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교직에 발을 내딛게 되면서 나는 신규 티가 안 난다며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교생을 두 번 해본 경험이 제일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둘째, 학교현장에서 교원대에 대한 평판이 좋다. 선생님들이 교원대 대학원으로 파견을 자주 나오시기도 하고, 학교엔 선배 선생님들이 많으니 그런 것 같다. 교원대 출신이라고 하면 '역시 교원대라 똑똑하다/수업을 잘 한다/착하다(?)'와 같은 긍정적인 반응이 뒤따라오는 게 신기하고 감사했다. 셋째, 임용 1차 이후 2차 실연 및 면접 도움을 주기 위한 현직 교사 위주의 선배팀이 꾸려지는데, 이 기간의 수업은 어떤 학원이나 학교의 프로그램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양질의 수업이라고 자부한다. 우리 과는 임용에 합격을 해도 높은 성적으로 합격을 한 선후배가 많다.(나도 면접은 0.3점만 깎였음) 그러다 보니 면접, 실연 피드백이 구체적이고 꿀팁도 많이 전수받을 수 있다. 거의 밤 12시까지 나를 붙들고 실연을 연습시켜 준 선배교사의 열정을 떠올리면 지금도 그런 복이 어디 있나 싶다. 학원은 비싼 돈 주고 단 두세 번 모의 실연과 면접의 기회가 있을 뿐인데 학교는 돈도 안 내고 현장 교사들한테 몇 번이고 실습할 수 있으니, 교원대 나오길 잘했다고 이때 엄청 생각했다. 넷째, 열정과 실력 면에서 재학생들 기본 수준이 높다. 즉 수준 높은 스터디를 꾸릴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재학할 때는 내 동기나 주변 사람들이 엄청 똑똑한 사람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임용 준비하는 사람은 다 그 정도는 되는 줄 알았다. 훗날 재수할 때 교육학 스터디 등을 만들면서 비로소 내가 귀인을 얼마나 많이 스쳐 보냈던가 후회했다. 내가 만난 교원대 사람들은 기본 공부머리가 좋을 뿐만 아니라, 공부에 대한 태도가 매우 진지하고 현실적이었다. '에이, 우린 초수니까 괜찮아.'보다는 '무.조.건.합.격.무.조.건.공.부.'가 눈에 쓰여있다고 해야 되나. 남들이 열심히 하고 있으면 나도 따라 열심히 하게 되고, 아침 일찍 도서관에 불을 켜는 사람은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후배가 있다면 그 좋은 분위기에서 당신이 꼭 초수 합격의 주인공이 되기를 소망한다.

 

1학년 첫 과제전

  물론 단점도 있다. 첫째, 보이는 게 사범대생뿐이니 생각의 폭이 좁아진다. 다양한 경험은 본인이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뒤져 다른 학교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프로그램에 등록하지 않는 이상 어렵다. 심지어 학교 위치가 '청주시 강내면 태성탑연로'다. 시내로 나가는 버스 배차 간격이 기본 20분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쪽문에는 맹꽁이 소리 가득 울리는 시골 논밭이 펼쳐져 있는 환경이다. (대신 별은 엄청 본다. 아주 예쁘다.) 본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견문을 넓힐 수 있다. 둘째, 1-2학년 때는 의무 기숙사인 만큼 통금시간이 있다. 12시에는 방 안에 있어야 벌점이 쌓이지 않고 쫓겨나지 않는다. '의무'이기 때문에 4학기는 학교의 규칙을 따라주어야 한다. 이것 이외에 특강을 몇 번 들어야 하고, 몇 시간 봉사해야 되고 등의 규칙이 많은 편이다. 그래도 다들 잘 순응하다가 졸업하는 게 보편적이다. 셋째, 적은 실기수업에 비해 졸업관문인 졸업전시는 혹독하다. 1, 2학년 때는 실기적인 측면에서 별로 배우는 것도 없이 무작정 실기에 뛰어든다. 그러다가 3학년이 되면 전공을 정하며, 3학년 2학기가 되면 '전공' 졸업 작품을 제작하며, 4학년 1학기가 되면 작품으로 호되게 까인다. 전공을 2학년 때부터 정하든지 배우는 시간이 너무 짧은데 졸업전시 통과 못할까봐 밤낮으로 스트레스받으며 벌벌 떨었다. 졸업관문에는 실기시험, 이론시험, 졸업전시가 있는데 무엇을 위한 시험인지 불분명한 경향이 있다. 학부생 때는 시험을 볼 거면 전시를 하지 말던가, 전시를 할 거면 시험을 치르지 말던가, 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성적 60% 비율로 뽑아놓은 애들한테 실기 수준을 너무 높게 요구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교수님이야 실기 고수지만 저희는 3학년 때 전공실기 정해서 걸음마하는 애기인데 졸업작품 퀄리티를 어떻게 냅니까? 나는 울면서 했는데 남들은 그래도 시키면 다 하더라. 가끔 후배들 전시한 거 보면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란다. 넷째, 선후배 간 전달사항이 체계적이지 않다. 과대 간 소통도 잘 안 되고, 학번 간 소통도 안 된다. 동번을 제외하면 서로 남남이라고 느낌. 그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는 과 자체에서 알려줘도 되지 않나'고 생각되는 게 생길 것이다. 그러니 후배들은 개인적으로 똑똑하고 할 일 잘 챙기는 선배 한 둘 집어서 모르는 거 있음 무작정 물어보고 도움을 얻는 편이 이롭다. 과 자체에서 체계적으로 뭘 해줄 거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아래는 16년도까지의 미술교육과 소소한 정보다. 지금은 변했을 수도 있다.

이 글이 입시생 여러분의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미술교육과를 졸업하려면 공통실기 소묘(인체나 정물 선택), 전공실기(조소, 디자인, 한국화 및 서양화 중 자신의 전공. 입시미술), 전공이론 시험을 통과해야 함. 한 학기에 한 번씩 기회가 있음.

2. 4학년 졸업전시 심사는 1학기 초에 있음. 그전까지 각자의 전공(3학년 때 정함)에서 졸업작품을 완성해야 함.
-심사와 관련 사항
1) 졸업심사는 단심으로 재심 없음
2) 16학년도 졸업전시는 단 1회임
3) '수정 후 전시'의 경우 전공 교수 책임 하에 수정하여 전시토록 함
4) 불합격자는 2017년 2월에 졸업 불가 (2017년도에 심사하여 통과 후 졸업토록 함)
5) 3학년 학생들은 졸업심사를 참관하도록 함

 

3. 전공필수과목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음. 13학번의 경우 현대미술론, 미술교육론, 미술교재론.

 

4. 1년에 한 번씩 1-3학년 학생은 미술관 등을 관람하기 위해 지역을 선정해 답사를 감. 4학년은 갈 수 있긴 하나 거의 가지 않음. 과의 모든 행사는 1-2학년 위주로 진행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총회에도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음. 축제에는 페이스페인팅을 하거나 부채를 만들어 판매하며 수익을 냄(수익은 노동의 주체가 된 학번이 알아서 씀). 2학기 말에는 1-3학년들의 과제전이 진행됨.

 

5. <실기 수업의 경우> 1학년은 대학교 미술 수행평가 수준의 수업들. 2학년은 각 전공(동양화 서양화 조소 디자인)의 기초실기. 보통 각 기초실기의 성적으로 전공을 정하게 됨. 3학년은 전공 수업으로 갑자기 수준이 올라가서 당황스러울 수 있음. 그려오던 그림들보다 큰 사이즈의 작업을 하게 되는데 1학기에는 졸업작품을 위한 연습 개념의 수업들이 주를 이루고, 2학기에는 4학년 1학기에 전시할 졸업작품을 준비해야 됨. 지금 기준으로는 200호 제출이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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