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기 (-4)
-공통 인체소묘, 전공 디자인을 응시했다. 원래 전공은 디자인이 아니지만, 초반엔 서울로 응시하려고 했기 때문에 서울 공통 실기인 디자인을 배웠다.
공부에 비해 실기은 재수 때 한 것만으로는 충분히 쌓이지 않으므로 학부생 시절부터 어떻게 준비했는지 쓰려한다.
① 인체소묘
-재학생 : 방학마다 성인 위주의 편입 미술학원을 다녔다. 1학년 여름, 겨울, 2학년 여름, 겨울, 3학년 여름. 그 중 동양화, 정물 담채소묘를 배운 기간을 제외하면 대충 6-7개월 쯤 되겠다. 그 때만 해도 어떤 지역에 응시하게 될 지 몰랐기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인체소묘를 연습했다. 형태력이 좋은 편이라 금방 적응했고, 스스로도 잘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조건 인체소묘 시험을 보는 곳으로 지역을 선택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초수 : 1차 시험 끝나고 노량진 실기 학원(조형...)을 갔는데 닭장 그 자체였다. 수강생이 많다 뿐이지 그렇게 특별한 곳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부산 응시할 분은 웬만하면 부산 학원을 다니시는 게 좋다. 노량진은 워낙 서울 경기 위주여서 타 지역은 신경을 많이 못 써주는 것 같다. 여기서도 그냥저냥 잘하는 축에 속했다.
-재수 : 부산 상상이상 미술학원을 다녔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는데, 학원 스타일이 내가 그려왔던 스타일과는 정 반대인데다(서울은 연하고 세심한 스타일, 부산은 강하고 투박한 스타일이다. 가까이서 보면 서울 스타일이 멋있지만, 멀리서 보면 부산 스타일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나 혼자 서울 스타일이고 다른 수험생은 대부분 부산 스타일이라고 가정해본다면... 혼자 묻히는 꼴밖에 안 된다.) 내가 내 생각만큼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나는 형태력이 좋은데 그거 빼고는 항상 뭔가 이상했다. 그러면 원장쌤+소묘쌤이 차근차근 지적해주는데, 그냥 그대로 듣고 고치면서 실력이 엄청 많이 늘었다. 빛 신경쓰라고 하면 다음 날엔 빛만 신경써서 그리고, 흐름 잡으라고 하면 다음 날엔 흐름만 죽어라고 강조했다.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바른 방향을 잡아 연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차 합격 이후에는 밤늦게까지 원장선생님이 남아서 지도해주셔서 원하는만큼 팁을 가져올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사람 수가 적으니 구체적으로 이해될 때까지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또, 다들 늦게까지 열심히 하니 거기에 자극 받아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조언해주는 내용은 작은 노트에 메모하고, 시험 전날에 달달 읽었다.
② 디자인(이건 재수 때 처음 준비해봤으므로 이전 준비기간이 없다)
-1차 준비기간 : 먼저 독서실 근처에 있는 디자인 입시 학원을 4개월 간 다녔다. 일주일에 2-3번, 2월부터 6월까지였다. 동네 입시 학원은 아무래도 고3 위주여서 강사님이 굴러 들어온 임고생을 만족할만큼 봐주시긴 어려운 시스템이다. 그게 답답하기도 했고, 공부 시간에 대한 부담감도 있어서 이후부터는 관뒀다. 이 기간 동안에는 특별한 실력 향상이 있었다기보단 잃어버린 수채 물감에 대한 감을 되찾은 것 같다.
-2차 준비기간 : 동일한 학원을 다녔다. 솔직히 1차 붙기 전에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어서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아 연습을 게을리했다. 이후 2차 준비를 하며 굉장히 후회했다. '지금의 절반만큼이라도 더 노력했더라면...' 1차 발표 전 5주보다, 발표 이후 10여일 동안의 실력이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 1합 후에는 수강생마다 다른 구도패턴을 받았다. 이 패턴을 빨리 익히는 게 중요하다. (1합 전에 받았으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리고 디자인 비전공자라면 선생님께 여쭈어서 색 변화 순서 꼭! 외우시길 바란다. 나는 각 색깔 별 섞어야 하는 정확한 물감 순서를 익히면서 속도를 많이 단축했다. 이걸 외우냐 안 외우냐가 비전공자에겐 승패가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③ 실제 시험현장
-공통 : 타이머는 3:00 이 아니라 180.00에서 깎여나가는 형식이라 좀 생소했다. (이는 실연과 면접 시험장에서도 같다.) 감독관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뒤에서 은근히 감상하는데 거기에 신경 쓰다보면 말리기 십상이니 꼭 주의하셔야 한다. 장소는 예전부터 부산예고 였던 걸 보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예고인 만큼 실기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쾌적했다.
-소묘 : 특이하게 정면, 완측면이 없어 모든 수험생이 반측면을 그리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모델은 상당히 자주 쉬기 때문에 첫 형태를 20분 안에 뜨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나무이젤이었기 때문에 높낮이를 바꿀 때마다 이젤꽂이를 빼내야 해서 상당히 불편했다. 질 좋은 종이를 제공한 것 같은데 나는 오히려 연필이 연습종이에서보다 너무 쉽게 미끄러지고 색이 뭉쳐서 당황스러웠다. 실력은 연습의 85퍼센트 정도 발휘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괜찮은 축에 속했던 것 같다..
-디자인 : 학원에서는 4절지에 연습했는데 막상 시험현장에 가니 5절이어서 시간을 계산하는 게 어려웠다. (공지를 제대로 숙지 못 했다...). 깨작깨작 그리는 버릇이 현장에서도 나와서 시간을 많이 버렸다. 평소 자신에게 좋지 못한 습관이 있다면 반드시 고쳐 가야 할 것이다. 또 시간 배분에 당황한 나머지 연습 때는 그리던 빛 줄기를 빼먹고 안 그렸다. 완성도 측면에서 점수가 깎인 것 같다.
2. 수업실연 (-2) (지도안 -1)
-1합 전에는 일주일에 2번 스터디를 했고, 1합 후에는 스터디를 하지 않았다. 대신 실기 이후 3일간 교원대 특강에서 선배들의 도움을 받았다.
-내 강점은 밝은 미소와 아침방송 리포터 같은 목소리로 교실 분위기를 장악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심사위원은 의도적으로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 눈동자 너머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저 속에는 해맑은 학생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그리고 진심으로 내 수업이 재밌어 죽겠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있게 웃으면서, '이거 되게 재밌는데 너도 같이 해보자!' 라는 느낌. 그럼 ‘어 요것 봐라’하고 슬쩍 재밌어하는 느낌을 숨기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그 희열을 아셔야 한다. 연습과정에서 엄격한 심사위원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감을 잡기 쉬울 것이다.
-수업내용은 한 가지 패턴으로 구조화했다. 학생 반응으로 소스 다 만들어놓으면 교사는 정리만 하는 패턴이다. 또한 학생들과 상호작용할때는 리포터 같이 친근한 어조였다가 정리할때는 아나운서 같이 단호한 억양으로 변화를 줌으로써 '나는 평소엔 친근하지만 필요할 때엔 학생들을 휘어잡을 수 있음'을 어필한.
-나만의 모둠 이름과 위치를 정해두고, 각 모둠의 학생 이름까지 미리 외웠다. A모둠은 타교과 친구들, B모둠은 우리 동기들, C모둠은 복학생들, D모둠은 스터디원.. 이런 식으로 외우면 덜 헷갈린다.
-지도안을 아예 안 보고 했는데, 도판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 머릿 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긴 정적이 한 번 있었다. 교탁 위 지도안을 뒤적거렸는데 당황한 게 너무 티가 났던지라 가장 큰 감점요인으로 생각된다. 또한 모둠 상호작용 시 학생 답변으로 정해뒀던 아이디어를 잊어버려 짧은 정적이 있었고 말을 번복했다.
-관리번호 1번이 아닌 이상 구상시간은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항상 쓰는 대사는 평소에 외워두고 대기시간에는 도판, 순서, 학생 대답을 달달 외워야한다.
-아주 중요한 것 - 상호인사, 목표 읽기, 정리단계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양한 부분 생략의 경우를 연습해봐야 낯선 조건에도 당황하지 않고 시간 분배를 할 수 있다. 나는 2분 남.
-순회지도를 해야 되는데 생각보다 심사위원 책상이 너무 앞으로 나와 있어서 돌아다닐 공간이 부족했다.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동선을 설정할지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3. 면접 (-0.3)
-1합 전 일주일에 1번 사범대 출신 타교과 스터디 모집
: 나는 교육학이나 면접은 꼭 타교과 스터디원을 고집한다. 미술 전공자와는 공부 머리가 다르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고, 그 편견에 부응하여 다들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계셔서 매번 자극 받았다. 스터디 당일에는 기출문제 위주로 돌아가며 면접하고 서로 피드백했다. 한 번 밖에 못 만나는 대신 밴드로 매일 면접 예상문제 4-5문제를 녹음하여 올리는 과제를 진행했다.
-학창시절 방송부 아나운서 경험이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전문가처럼 말하는 뻔뻔함). 그리고 평소에 말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해서 그런 사람이 나오는 영상을 눈 여겨보곤 했다. 내용이 모자라도 목소리에서 신뢰감이 간다, 톤이 좋다는 칭찬을 꾸준히 받았는데, 이런 장점은 평소의 관심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구상시간이 있음에도 실제 시험현장에서 면접은 순발력을 요구한다. 구상실에서는 생각 나지 않았던 더 좋은 답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자기도 모르게 눈이 허공을 바라보게 되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성 있는 시선을 면접관에게 고정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얼굴 전체에 은은한 미소를 띠우고, 목소리는 낭랑했던 수업실연보다는 차분하게 낮춘다.
-즉답형은 구상실에서 상황을 미리 제시해주므로, 구상 문제를 전부 풀고 2분 정도가 남으면 꼼꼼히 읽으며 예상 문제를 대충 떠올려본다. 그래야 실제 시험 현장에서 면접관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빠르게 답할 수 있다. 나는 즉답형 문제를 보고 답안을 떠올리는데 10초 정도 사용했고, 그 시간이 짧아서 면접관들이 인상깊게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채점하는 시험이므로, 똑똑해보이는 인상도 중요한 것 같다.
-인상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복도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면접이라 생각하고 계~속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복도에서의 내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서서 걸어가는 자세도 정돈하였다.
-실제 시험 현장 : 첫 답변을 하는데 면접관들이 정말 안 쳐다봐 주셔서 동공만 소리없이 지진을 겪었다.. 여러분은 면접관이 차가워도 당황하지 말길 바란다. 끝까지 안 보는 게 아니라 답변을 이어나가는 중간 중간에 슬쩍 눈길 주시니 그 때 밝고 당당한 눈빛 마구 보내야 한다. 헛소리를 하더라도 진실성 있게 하라. 시간은 꽉 채우는 게 최고지만 나는 2분 정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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