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각종후기

부산 미술임용 재수 합격수기5-생활과 마음가짐

by 은재미 2019. 7. 19.

1. 생활

-초수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약한 체력이었다. 돌이켜봤을 때, 공부했던 것보다 꾸벅꾸벅 졸던 내 모습이 더 기억에 남을 정도. 10, 11월에는 멘탈도 약해져서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 도서관도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재수 때는 6개월 정도 헬스장을 다녔다. 철저하게 지키지는 못 했지만, 아침 8~9시는 운동하는 시간으로 고정했다. 근육이 많이 붙었고, 초수 때 보다는 확실히 덜 졸게 되었다. 그래도 졸릴 때는 그냥 15분씩 알람 맞춰두고 잤다. 

-전공이론 글을 읽었다면 눈치 챘겠지만, 딱히 할 것도 없으면서 휴대폰 쥐고 있는 걸 참 좋아했다. 이게 나중에는 공부시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가 되어서 '넌 얼마나 쓰니' 어플로 인터넷 사용 시간이 하루 20분을 초과하면 폰을 켤 수 없도록 설정했다. 그리고 임용 카페 너무 좋아하지 마시라. 한마음이랑 김선문 진짜 자주 들어갔는데 시간 낭비만 할거면서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나 혼자 혼란스러운 게 아니라는 위안을 얻고 싶었나. 시간낭비면 차라리 낫지, 남들 고민하고 우는 거 보면서 감정 전이나 안 일어나면 다행이다.

-밴드 생활스터디에 참여했다. 1차, 9시까지 독서실에 왔다는 것을 스톱워치와 함께 촬영하여 인증한다. 2차, 점심 먹기 전까지 공부한 시간을 촬영하여 인증한다. 3차, 하루 총 공부 시간을 촬영하여 인증한다. 그리고 따로 백지쓰기 사진첩을 만들어 일주일에 3회 이상 백지쓰기 한 것을 인증한다. 8,9월은 일주일에 50시간, 10, 11월은 일주일에 60시간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규칙을 어길 시 스터디원에게 기프티콘을 보낸다. 적극적으로 규칙을 개선하고 지키려는 스터디원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생활스터디는 스터디원의 의지 부족으로 파토나기 쉬우니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방해가 되는 스터디원은 제외시킬 수 있는 강단이 필요하다. 그걸 못 했기 때문에 재수 첫 생활스터디는 허무하게 무산되기도.) 

-하루를 관리하기 위해 스터디원에게 받은 학습플래너를 사용했다. 이것도 꾸준히 완벽하게 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

오전, 오후, 저녁 각각 몇 시간 씩 쓰는지 파악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해야지!' 하면 언제 10시간 채우나 싶어 금방 나가 떨어지지만 '오전 3, 오후 4, 저녁 3 공부해야지!' 하면 3-4시간 정도는 금방 지나기 때문에 덜 지치게 되었다.

좀 도움이 될 만한 활용사례를 찍어놔서 그렇지, 항상 저렇게 공부하지는 못했다. 공부 시간을 못 채울 때도 많았고, 귀찮아서 플래너를 텅텅 비워놓을 때는 자괴감도 느끼고 그랬다. 4~10시간 왔다갔다 했다. 정신건강이 제일 중요하니, 노력은 하시되 공부 시간에 너무 구속되지는 않으셨으면 한다.


2. 마음가짐

-부정적이었다. 이번에도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압박감, 친구들 1차 붙을 때 나는 뭐했냐는 자괴감,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 막연한 희망이 가짜일까봐 무서웠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수험생활이 서글펐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일 때는, 믿을만한 사람 붙들고 징징댔다. 그리고 저를 받아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힘을 얻었다. 주로 메신저로 대화했기 때문에 캡처해서 탭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멘탈 약해질 때마다 계속 꺼내봤다. 이 배경화면이 거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친구가 합격자페이지, 공무원증, 합격 보증 수표 이미지를 보내주기도 했다. 시각적인 자극이니까 더 쉽게 믿게 되어 심리적 안정에 효과적이었다. 이렇게까지 응원해주는데 기죽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컸다.

-신앙의 힘을 빌렸다. 나는 무교에 가까운 불량 신자였는데, 너무 힘들어서 기도를 받으러 갔다. 그 때 서울은 안 되고 부산은 된다고 해서, 나는 이번에 될 운명이구나, 하고 긍정적 믿음을 강화시켰다. 2차 막바지에 가서는 미칠듯이 불안한 와중에도 은연 중에 이걸 근거로 '감사 인사 누구한테 돌리지' 고민하고 그랬다. 

-강사 상담도 받으시길 권한다. 내가 나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결국 주관적이다. 나를 지켜본 강사의 '너 잘하고 있다'는 한 마디에 세상이 밝아진다. 꼭 긍정적인 평을 못 듣는다 하더라도, 공부방향에 보다 확신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 역시 제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불안하니까 일단 상담을 신청했다. 서브노트 제작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중도 포기하려고 했는데, 잘하고 있다고, 완성하라고 해서 결국 완성했다. 완성 안 했으면 이번 시험은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명상도 했다. 뭐 많이 했네... 심지어 또 어플이다. '마보'라는 어플인데, 안내 음성에 따라 호흡하면서 몸을 이완시킨다. 상황 별 명상 컨텐츠가 풍부하다. 도저히 집중이 안 되는 날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건 일주일 정도 하다가 귀찮아서 때려친 방법이긴 한데, 혹시 도움될지도 모르니까 써본다. 하루에 3가지 정도, 어제보다 나아진 나의 행동에 대해 간략하게 기록하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10분 일찍 독서실에 도착했다', '동미사 정리할 때 관두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오늘은 짜증을 안 냈다' 등. 사소해도 상관 없다. 눈꼽만큼이라도 어제보다 나아졌다면, 한 달 뒤에는 한 뼘 정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취지.

마지막으로 우울의 땅굴 끝이 어떻게 생겼는지 혼자 탐험하지 마시길 진심으로 원한다.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해도 힘든데, 자신의 생각이 자신을 망가뜨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것 같다. 가까운 주변 사람이 없다면 임용 카페에라도 글을 올려서 익명의 사람들에게 힘을 얻어가셨으면 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