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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후기

미술교사 단점이 궁금해? 미술교사 힘든 점, 미술교사 오해와 진실

by 은재미 2022. 6. 12.

간혹 블로그 유입에 '미술교사 단점'이 뜬다. 진로를 택하는 데 있어 신중하고 싶은 고민의 흔적일 테다.
어느 직업이든 일장일단이 있는 법.
미술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미술교사가 소화해야 하는 단점 내지 어려운 점을 풀어보고자 한다.
글이 길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시라. '미술은 기본적으로 노동이다.'

오해1 : 미술실이 있으니 편할 것이다.
진실1 :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끝없는 미술실 정리 및 청소


교무실에 자주 안 보이면 미술실에서 혼자 뭘 하나 궁금할 법도 하다.
문제는 물어보지도 않고 어림 잡아 '혼자 편하게 놀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단 것이다.
작은~중간급 학교는 미술 선생님이 혼자인 경우가 많고, 그러면 혼자 3개 학년을 감당해야 한다.
강사가 도와주는 경우도 있지만 시수 일부를 맡아주는 것이지, 실질적인 '미술실 관리'는 그 학교 미술 교사 몫이다.
(미술 강사님도 시간만 채워 일하면 좋겠지만, '미술이기에' '어쩌다 보니' 시급 이상의 노동을 하고 가는 분이 많다.)

미술교사의 일은 수업 전 후 재료 준비와 세척 등 '뒤치다꺼리'에 가까운 잡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업 전 아이들 재료를 모둠 수에 맞게 세팅하는 데 10분 이상 걸리고,
수업 후 아이들이 미처 제대로 세척하지 못한 물감 재료와 굴러다니는 색연필, 흘리고 간 지우개 가루 등 청소하는 데는 20분이 족히 걸린다. (공강 시간 업무? 바빠서 일과 후에야 겨우 다룰 수 있다.)
수업 전 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른 학년, 다른 반의 수업 시간에 차질이 생기므로 허투루 할 수 없다.
특히 미술교사의 다학년 수업은 필연적이다.
학년 별 사용 재료가 다르기에, 하루에 다른 학년 수업이 함께 잡힌 날에는 세팅했던 재료를 얼른 정리하고 새로운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습식 재료를 사용하면 난이도가 높아진다. 아이들의 그림이 마를 때까지 기다린 후 반 별로 정리해주어야 한다.
재료와 용구는 또 얼마나 많은지. 워낙 많은 준비물을 제자리에 정리하려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든다.
아이들에게 청소를 시키면 되지 않느냐 속 편한 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절대 뒷정리를 '잘' 하지 못한다. 재료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씻어내지 못한다.
특히 아크릴 물감은 내구성이 높아서 미숙한 세척으로 붓이 굳으면 이후 쓸 수 없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들의 정리 후에도 그들이 쓴 용구 상태를 재빨리 확인하고, 잘 되어 있지 않으면 다시 제대로 씻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망가져버린 비싼 미술 용구를 처분하는 수밖에 없고 예산 낭비가 심해질 수 있다.
신경 써도 아이들 손을 거친 용구는 결국 망가지기 마련이다.
준비실에는 그렇게 제때 버려지지 못하고 망가진 용구가 쌓이고, 혼재된 재료 및 쓰레기에 준비실 정리는 더욱 어려워진다.
새로 품의하는 준비물은 보통 많은가. 망가진 것은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고, 뜯고 저절로 사라지는 쓰레기는 없다.
박스 및 테이프, 넘쳐나는 쓰레기까지 미술교사의 몫이다. 아이들의 느린 손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료만 정리한다고 끝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미처 못 닦은 물감 자국, 바닥에 흘린 물까지 닦아내야 한다.
햇빛 드는 곳에 물감 묻히며 쓴 수건도 잘 빨아서 널어둬야지.
몰래 눈을 피해 구석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유별난 친구는 꼭 있으므로, 그 결과물을 뒤늦게 발견해 처리하는 것도 미술교사의 몫. (물감을 책상 서랍에 짜 놓거나, 고무장갑에 물을 채워 넣거나, 지점토를 뭉쳐 개수대를 막히게 하거나, 연필깎이 가루를 책상에 쏟거나, 나무 의자를 칼로 파거나... 참을 인 자를 새기며 산다.)
개수대에 허리 아프도록 고개를 숙여 한 시간 넘게 '설거지'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 와중 업무 및 담임 메시지는 쌓여만 간다. 남들은 공강 시간에 출석부 정리하고 공문 올리던데, 나는 노동하다 일과 끝나야 겨우 시작이다.

미술 교사가 이렇게 수업 전후 혼자 고군분투 하는 동안, '일부' 선생님은 미술실에서 논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뒷정리하느라 자리 비웠다고, 한 선생님께 "선생님이 노는 동안 ~ " 따위 멘트를 들은 적이 있다.
미술 교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무튼 미술 교사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남들한테는 일 안 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오해받지 않으려면 "내가 미술실에서 말이야~ 이런 일을 했단 말이야" 떠들면 되지만,
미술 전공자는 관련 노동으로 투덜거리지 않는 경향이 있기에(미대에서 단련된 잡노동으로 근성이 있다.) 역시 대부분 그냥 오해받고 산다.
하지만 괜찮다.
남을 까내리며 괜한 피해의식을 갖는 쪽이, 언제나 더 비참한 법이다.

지난 수요일, 두 시간 동안 홀로 매달린 젯소칠. 이 옆에 한 테이블 더 있다.

오해2 : 미술교사는 그림 던져주고 논다.  
진실2 : 미술 교과의 끝없는 교육과정 재구성 및 순회지도


예체능 교과를 향한 묵은 오해 중 하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과거 기억을 바탕으로 미술 교사는 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림을 못 그리는 본인마저 미술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한 번 해보라. 전문성이 없으면 수준 높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고, 노작에 불과한 수업은 하루 이틀이면 동이 날 것이다. 그런 시간에는 배움이 없다.
창의성을 다루는 과목답게, 미술은 가르치는 방법이 획일화되어 있지 않다.

교과서로는 도판 및 활동을 참고할 뿐이지 내용을 어떻게 연결할지는 순전히 미술교사의 머리에 달려 있다.
그야말로 교육과정 재구성의 끝판왕이다.
미술시간에는 학생이 자기 이야기를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풀 줄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다양한 미술 재료와 방법을 다루고 익힌다.
이를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나만의' 교육과정 재구성을 거의 매번 해야 한다.

어떤 교과는 저경력 때 정성껏 만든 수업 PPT를 평생 쓰면 되지만, (일부 업데이트는 하겠지만)
미술은 공통적인 '진도'나 '단원' 개념이 없다. 물론 교과서에는 있지만 편의상 분류해 놓은 것일 뿐
미술은 각 단원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3 영역, 체험-표현-감상 모두 한 수업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이다.
A 성취기준을 목표로 했다고 해서 B, C 성취기준은 그 수업에서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재구성할수록 A, B, C는 무슨 X, Y, Z까지 충족할 수 있다.
체험을 하고 표현을 한 후 감상을 넘어갈 수도 있고, 감상을 한 후 체험과 표현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타 교과에서 말하는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영역 간 '융합'이 미술교사에게는 새롭지도 않고 태생부터 당연한 개념이다.
그럼에도 사과 던져놓고 그려라, 고 하는 게 미술 수업인 줄 안다. 아직도.
그건 훈련이다. 학원에서나 필요한 기능 훈련.

교육과정 재구성 및 수업 설계만 잘하면 실기하는 동안 교사는 놀 수 있을까?

미술 교과의 목표가 뭘까? 다양한 목표가 있지만, 주된 목표는 '창의적인 자기표현'이다.
지식 전달이 주요 목적인 교과는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으로도 목표 달성이 가능할 수 있지만(효과적이지 않을지라도)
창의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것이 주요 목적인 미술은 아이들이 자기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꺼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끊임없이 개별 피드백을 해야 한다.
창의성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하루아침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쩍 하고 떠오르는 경우는 없다. 창의성은 탐색과 경험에서 나온다.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과 다양한 시각문화를 접하는 경험에서 나온다.

백날 사실적으로 잘 그려봤자 자기 생각을 독창적으로 풀어낼 줄 모르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프린터 기능을 모사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만의 생각을 꺼내야 하는 '구상' 단계에서도
그 생각을 시각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제작' 단계에서도
아이들은 도중 많은 이유로 손을 대길 망설이거나 막막해한다.
마인드맵 자체를 어려워하는 아이, 어떤 디테일을 살려야 주제를 전달할 수 있는지 모르는 아이, 채색을 망칠까 두려운 아이 등 불안한 이유는 다양하다.
그들이 내놓는 서로 다른 수백 가지 질문에 전문성을 가지고 답하거나,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발문을 해야 한다.


결국 체력 싸움이다.
끊임없이 교실을 순회하며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도록 관찰하려면 발도 부지런해야 하고, 그림을 보는 눈도 섬세해야 한다.
당연히 목이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
그럼에도 그 모든 노력이 '논다'고 치부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이 미술샘이 안 되어서 참 다행이다. 수준 낮아질 뻔했으니.)



미술 교사 단점을 적는 글에 오해 두 가지를 쓴 이유는, 내가 느끼는 주된 단점은 '오해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술실 구석에서 하루 종일 노동해도 어떤 이들의 편견은 공고하다.
스리슬쩍 업무 더 얹고 싶고, 괜히 고까워하는 속내도 때로 보인다.
단순히 오해만 하고 끝나면 몰라, 오해가 현실에 영향을 미칠 때도 있는 게 당사자로서는 단점이다.

근데 뭐.. 이것도 성격 나름이라.
이외에도 교과 특성상 미술실에서 흥분하는(그러다 싸우는) 아이 다루는 번거로움, 다른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아이를 봐야 하는 아쉬움 등이 있지만
그런 걸 단점으로 쓰기엔 너무 자잘한 것 같다.
수학선생님은 엎어지는 수포자 볼 때 마음이 아플 거고, 뭐 그런 식으로 교과마다 애로사항이 있는 법이다.
그러니 자잘한 건 패스!

나는 미술수업이 좋다.
내가 열심히 마련한 도구창 위에서 아이들이 저마다의 창의성을 피워내는 걸 볼 때 행복하다.
당신이 미술교사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그래서 걱정스러운 맘에 이 글에 들어왔다면
저런 오해를 뒤엎는 멋진 미술 선생님이 되어주길 바란다.
함께, 더 좋은 미술 교육을 생산하는 동료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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